[가사] "유전자검사 거부해도 부녀관계 정황 있으면, 부녀관계 인정할 수 있어"

[서울가법] "부인하려면 유전자검사 응해야"

2010-06-22     최기철
딸이 아버지를 상대로 자식임을 인정해 달라며 낸 인지청구소송에서 아버지가 유전자감정을 무조건 거부하였으나, 법원이 인지청구를 받아들여 친생자라고 판결했다.

이는 부녀관계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는 상황에서 유전자감정을 무조건 거부하는 경우 부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어 주목된다.

서울가정법원 이현곤 판사는 5월 12일 A(55 · 여)씨가 "친자식임을 인정하라"며 B(82)씨를 상대로 낸 인지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를 친생자로 인지한다"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의 어머니 C씨는 1952년 친구의 소개로 B를 만나 교제하다가 혼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A를 임신했고, A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이름도 B가 직접 지어 주었다. B는 그 후 C와의 연락을 끊었고, C는 혼자 A를 낳아 길렀다.

A는 열 일곱살 무렵 서울의 한 다방에서 B를 처음 만났고, 혼인을 한 후에는 남편과 함께 B를 찾아가 인사하였으며, B는 자신의 회사에 A의 남편으로 하여금 자재를 납품하게 하는 등 계속적인 도움을 주었다.

B는 그러나 A가 자신을 상대로 친자식임을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친자관계를 부인하며, 법정에도 나오지 않고, 유전자검사에도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 반면 A의 모친인 C는 법정에서 A와 B 사이의 친자관계에 대해 증언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친자관계가 있고 피고 역시 사실상 이를 인정해왔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하고, "피고가 이를 부인하고자 한다면 유전자검사에 응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이어 원고와 피고가 친자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원고가 50여년간 인지청구를 하지 않아 이를 포기하였다고 볼 수 있고, 지금에 와서 소를 제기하는 것은 소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주장과 관련, "인지청구권은 포기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고, 원고가 단순히 이를 그동안 행사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포기하였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으며, 원고의 청구가 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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