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공개와 사법개혁

2010-04-07     김진원
한 기업체 직원이 판결문을 얻을 수 없느냐고 편집국으로 전화를 걸어 온 적이 있었다.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에 판결문 사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움을 요청해 온 것이다. 기업체 임직원의 업무상 횡령에 관한 유명한 사건으로, 당사자가 아닌 다른 기업체에서도 참고할 가치가 있는 사건이었다.

대개 이런 전화를 받았을 때, 취재하면서 입수한 판결문을 가지고 있으면, 용도 등을 확인해 팩스로 보내주곤 했다. 그러나 이 판결은 분량이 워낙 많아 팩스로 보내는 게 적절하지 않았다. 이 직원은 편집국으로 찾아와 판결문을 직접 복사해 가져갔다.

또 판결기사를 읽은 독자들 중엔 승소한 쪽의 변호사를 가르쳐달라고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전화가 적지 않아 한 동안은 판결기사 말미에 원, 피고 변호사의 이름을 병기해 보도하기도 했다.

대법원이 모든 판결문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변협 등에서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데다 정치권에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본격 거론되면서 인터넷 공개라는 햇볕을 보게 됐다. 판결문 공개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이기에 사법개혁의 단골 이슈로 얘기되느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개혁의 대상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대법원이 사법정책자문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2023년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힌 전면적 법조일원화도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다.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젊은 판사 보다는 10년 이상 변호사 등으로 활동하며 사회경험을 쌓은 경력법조인이 세상사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러 전제조건이 먼저 해결돼야 하겠지만, 우리가 그동안 기존의 제도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법개혁을 둘러싼 논의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원이나 검찰, 변호사를 위한 사법개혁이 아니라, 문제가 터져 변호사를 선임하고,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피의자, 법정에 나가 재판을 받는 피고인과 당사자를 위한 사법개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처럼 기회가 찾아 온 사법개혁 논의에서 더 많은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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