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체포영장 혐의사실 등사 거부당한 변호사, 국가 상대 승소
[남부지법] "위자료 50만원 지급하라"
2009-07-14 최기철
서울남부지법 송명호 판사는 7월7일 이 모 변호사가 "경찰관의 위법한 등사거부행위로 변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와 경찰관 윤 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9가단15093)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5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경찰관 윤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됐다.
이 변호사는 2008년 6월 서울 시청역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 시위자를 연행하던 경찰관 5명이 촛불시위대에 의해 폭행을 당한 사건과 관련, 당시 경찰이 탄 차량을 오토바이로 막아선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올 2월24일 경찰에 체포된 장 모씨를 접견했다. 접견을 마친 이 변호사는 장씨가 변호인 선임 의사를 밝히자 담당 경찰관에게 요청해 장씨의 체포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을 확인했으나, 이 부분을 등사해 달라는 요청은 변호인선임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거절당했다.
이 변호사는 다음날 직원을 통해 자신이 소속된 법무법인 이름으로 된 변호인선임서를 경찰에 제출하면서 혐의사실 부분에 대한 등사를 신청했으나, 팀장인 경찰관 윤씨로부터 변호사가 직접 와서 신청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장씨는 이 날 오후 8시경 석방되었다.
송 판사는 판결문에서 "(장씨의 부인으로 추정되는 임 모씨의) 변호인선임서만으로는 원고가 적법한 변호인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도, 그 당시 피의자를 조사하는 중이었고, 피의자 본인에게 원고를 선임하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던 상황이었으므로, 원고가 피의자의 적법한 변호인임을 확인할 수 없었으므로 등사신청을 거부했다고 하는 피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설령 변호인선임서에 법무법인의 인장 외에 담당변호사의 인장이나 사인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판단되거나, 원고의 변호사신분증을 별도로 제시받기를 원한다면, 팩스를 통하여 이러한 추가적인 구비서류를 요구함이 타당하고, 이와는 달리 변호사 본인이 직접 등사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등사를 해줄 수 없다는 논리는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측면에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송 판사는 그러나 "피고 윤씨의 등사거부행위는 위법하다고 할 것이지만,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거부행위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대한민국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히고, "윤씨와 원고 사이에 일어난 견해의 대립이 등사신청권자의 범위에 관한 부분 외에도 다소 감정적인 요소에도 기인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로서도 팩스를 통한 추가서류의 제공 등을 제의하는 노력 등을 전혀 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윤씨와의 통화를 중단한 점 등을 참작할 때 위자료 금액은 5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