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외벽석재의 꽂임촉 미시공 하자 관련 판결 동향
아파트 외벽석재의 꽂임촉 미시공 하자 관련 판결 동향
  • 기사출고 2024.06.2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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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로 보되 '중요한 하자' 아니야…
'에폭시 접착제 시공' 차액 보수비로 인정

1. 꽂임촉 시공에 관한 표준시방서 규정

아파트 외벽석재의 시공과 관련하여, 2006년 표준시방서는 "연결철물은 석재의 상하 및 양단에 설치하여 하부의 것은 지지용으로, 상부의 것은 고정용으로 사용한다"라고만 규정하였는데, 2013년 표준시방서는 위 규정에 연결철물용 앵커와 석재는 핀으로 고정시키며 "접착용 에폭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꽂임촉 시공' 및 '에폭시 접착제 사용 금지' 규정을 부가하였다.

◇황선줄 변호사
◇황선줄 변호사

법원은 이러한 표준시방서 개정의 의미에 관하여, 이전에도 당연시되었던 에폭시 접착제 사용 금지를 명문화한 것이라고 판시한 경우도 간혹 있지만(대전고등법원 2023. 10. 11. 선고 2022나12471 판결 등), 대부분은 이전에는 없었던 에폭시 접착제 사용 가능 여부에 관한 제한이 2013년 표준시방서 개정으로 비로소 생기게 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2. 1. 선고 2019가합509934 판결 등).

2. 꽂임촉 미시공에 관한 법원 판결

가. 하자로 보지 않는 판결

꽂임촉 미시공을 아예 하자로 보지 않는 판결도 일부 있는데(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1. 4. 선고 2018가합528235 판결 등), 위 판결들은 대부분 2013년도 표준시방서 개정 이전에 해당 아파트의 사업승인이 이루어진 사안에 관한 것이다.

위 판결들은 그 이유로 ①사업승인일 무렵 적용되던 2006년 표준시방서에는 꽂임촉 시공 지시가 없었던 점, ②에폭시 접착제를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표준시방서는 2013년도에 개정된 것으로, 그 이전에는 석재의 고정방법이나 에폭시 접착제 사용 가능 여부에 관한 제한은 없었던 점, ③사용승인도면에 외벽석재 건식공법의 꽂임촉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가 없는 점, ④꽂임촉 미시공으로 인하여 실제로 외벽석재의 이격, 탈락 등의 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들고 있다.

나. 중요한 하자로 보고 보수비를 '철거후 재시공 비용'으로 인정하는 판결

이에 반해 꽂임촉 미시공을 중요한 하자로 보고 그 보수비를 에폭시로 접착한 기존 외벽석재를 모두 철거한 후 새로운 외벽석재를 꽂임촉으로 시공하는 비용(즉, '철거후 재시공 비용')으로 인정하는 판결도 일부 있는데(부산지방법원 2022. 8. 31. 선고 2019가합49812 판결 등), 위 판결들은 대부분 2013년도 표준시방서 개정 이후에 해당 아파트의 사업승인이 이루어진 사안이나 '철거후 재시공 비용'이 수억원 정도로 아주 크지는 않은 사안에 관한 것이다.

위 판결들은 그 이유로 ①2013년 표준시방서에 외벽석재에 앵커긴결공법에 의한 꽂임촉을 시공하도록 명확히 규정한 점, ②앵커 긴결공법은 지진 등 임의의 횡력을 주변으로 분산시킴으로서 외력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에폭시로 석재를 부착하여 고정할 경우 변위흡수능력이 상실되어 석재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는 점, ③장기적으로 볼 때 에폭시 부착공법에 따라 시공된 외벽석재가 외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손, 추락될 경우 심각한 기능상, 안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다. 하자로 보되 보수비를 '시공비 차액'으로 인정하는 판결

그러나 위와 같은 2가지 입장을 취하는 판결들은 예외적인 것이고,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판결들은 꽂임촉 미시공을 '하자'로는 보되 '중요한 하자'는 아니라고 보아 그 보수비를 '철거후 재시공 비용'이 아닌 '꽂임촉 시공에 따른 시공비'와 '에폭시 접착제 시공에 따른 시공비'의 차액(즉 '시공비 차액')으로 인정하고 있다(울산지방법원 2023. 10. 25. 선고 2020가합14600 판결 등). 통상 동일한 아파트라 하더라도 '철거후 재시공 비용'은 20억원 내지 30억원에 달하는데 반해 '보수비 차액'은 그보다 100분의 1 수준인 수천만원 정도에 그친다.

위 판결들은 그 이유로 ①해당 아파트의 시공 무렵(2013년 표준시방서 개정 전후를 불문)에는 대부분 현장에서 접착용 에폭시가 광범위하게 사용된 점, ②실제로 외벽석재의 뒤틀림이나 탈락 현상 등 꽂임촉 미시공으로 인한 하자가 조사되지 않은 점, ③외벽석재와 연걸철물용 앵커를 에폭시 본드로 시공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사람의 생명, 신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기능상, 안전상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④해당 아파트가 위치하는 지역(천안시, 양산시, 평택시 등)이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특별히 강풍이나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 아닌 점, ⑤전체 철거후 재시공을 실시하는 것은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는 점 등을 들고 있다.

3. 결론

2013년 표준시방서 개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아직까지는 꽂임촉 미시공을 중요한 하자는 아니라고 보고 수천만원 정도의 '시공비 차액'을 보수비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에는 법원이 2013년 표준시방서 내용을 근거로 꽂임촉 미시공을 중요한 하자로 보고 수십억원에 달하는 '철거후 재시공 비용'을 보수비로 인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2013년 이후에 사업승인을 받은 아파트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보이므로, 가급적 2013년 표준시방서에 따라 꽂임촉 시공을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황선줄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sjhwang@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