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사무소가 있는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가 6월 10일 "중재조항 작성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Dos and Don'ts of Drafting Arbitration Clause)을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 미국 로펌 Covington의 정경화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우재 변호사, 법무법인 KL 파트너스의 박영석 변호사, HKIAC 서울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는 켈리 이(Kellie Yi) 외국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웨비나는 한국기업의 관계자 등을 겨냥해 한국어로 진행되었다. 중재합의의 주요 내용이 망라된 발표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편집자
대한민국 중재법 제3조 제2항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중재합의란 "계약상의 분쟁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일정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간에 이미 발생하였거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도록 하는 당사자 간의 합의"이고 비계약상 분쟁 또한 중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 분쟁, 특허는 대상 아니야
중재의 대상 적격은 일반적으로 사법상의 분쟁에 한정된다. 1958년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뉴욕협약") 제2조의 상사 유보 선언 인정의 허용에 따라 대한민국은 본 협약 가입 시 상사 유보 선언을 하였고, 이에 따라 공정거래 분쟁이나 특허의 효력 여부에 관한 문제는 중재의 대상 적격성이 결여된다.
피신청인의 중재 회피 가능성을 저하시키기 위해 "in connection with", "in relation to", "in arising out of" 등을 추가하여 가능한 넓게 분쟁대상의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중재합의의 방식으로 뉴욕협약 제2조, 중재법 제8조, 각국의 입법 또한 서면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서명한 주된 계약에 들어 있는 중재조항, 주된 계약과 별도의 중재합의로서 당사자들의 서명이 있는 것, 서신이나 전보의 교환에 포함된 주된 계약에 들어 있는 중재조항, 서신이나 전보의 교환에 의하여 별도로 체결된 중재합의의 경우 뉴욕협약은 서면요건을 인정한다. 1958년에 제정되었기 때문에 현재 주로 쓰이는 이메일과 같은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많은 국가들이 자국 입법을 통해 서면요건을 완화시키는 추세이며, 대한민국은 2016년 개정 중재법을 통해 이를 진행하였다. 구두나 행위, 그 밖의 어떠한 수단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중재합의의 내용이 기록된 경우, 전보, 전신, 팩스, 전자우편 또는 그 밖의 통신수단에 의하여 교환된 전자적 의사표시에 중재합의가 포함된 경우(다만, 그 중재합의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는 제외), 어느 한쪽 당사자가 당사자 간에 교환된 신청서 또는 답변서의 내용에 중재합의가 있는 것을 주장하고 상대방 당사자가 이에 대하여 다투지 아니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물론 각국의 국내법이 서면요건을 완화하고 있지만 뉴욕협약에서의 서면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불확실성을 감소시켜주고 불필요한 논쟁을 방지한다.
Split Clause, 문제 발생할 수 있어
중재합의는 중재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당사자들 간의 의사 합치가 제일 중요한데, 중재 또는 소송에 대한 선택권을 일방 또는 쌍방에게 부여하는 일명 Split Clause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Split Clause가 유효하지 않으므로 주의를 요하고, 특히 중재판정 집행 국가의 입장에 유의해야 한다. 영국, 뉴질랜드, 홍콩은 Split Clause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중재지와 중재장소는 다른 개념
중재지(seat)는 중재절차의 법적 주소로 일반적으로 중재지법(lex loci arbitri)이 절차법으로 적용되고 뉴욕협약의 적용 여부 판단 시 중재판정의 모국지(state of origin)가 되며 중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 보통 유명한 도시 위주로 평범하게 중재지로 선택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이유는 중재지로 정하는 그 도시나 나라의 법이 해당 중재절차의 적법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잘 알려진 나라나 도시로 중재지를 정할 시 법적 자원 확보에 더욱 수월하기 때문이다. 당사자 간에 중재지에 관한 합의가 없는 경우, 당사자들이 합의한 중재규칙 또는 중재법에 따라 중재지가 결정될 수 있다.
중재장소(venue)는 중재심리 등이 행해지는 물리적인 장소로 중재지와는 구별된다. 중재를 진행하기에 적절한 물적 시설 및 속기사, 통역인 등 인적 시설을 확보하는 데 편리한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하는데, 실무상 파리, 런던, 싱가포르, 홍콩, 뉴욕 등이 선호되고 있다. 서울도 심리를 진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서 심리 진행 증가
중재지와 중재장소는 별개의 개념이므로 중재지는 파리이지만 중재장소는 싱가포르 또는 서울 등의 도시로 정하는 것도 중재합의에서 정함에 따라 가능하다.
중재판정의 집행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뉴욕협약에 가입된 국가내 장소를 중재지로 정할 필요가 있고 중재지를 복수로 정하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뉴욕협약 비가입국으로는 이라크, 리비아, 콩고, 소말리아 등 약 35개국이 있다.
최근 중재장소에 대한 논의로는 Virtual Hearing 즉, 화상심리가 있는데 화상심리 진행시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입장이 다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신청인의 경우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고자 하기 때문에 화상심리에 대해 조금 더 유보적으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지만 피신청인의 경우 화상심리에 대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중재조항의 준거법은 중재합의의 해석, 유 · 무효 등에 적용되고 중재조항의 준거법이 주된 계약의 실질법과 다른 경우에는 중재조항에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중재합의의 실질법과 주된 계약의 실질법이 일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분쟁의 실체에 적용될 법은 분쟁의 시초가 된 계약의 준거법이 되지만 중재합의에 적용될 법 즉, 중재조항에 적용되는 법(lex arbitri)은 분쟁의 실체에 적용되는 법과 다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중재합의의 독립성 원칙에서 기인하는데 중재합의가 주된 계약의 효력 유무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분리된 합의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중재합의의 유효성에 관하여 중재합의의 방식, 중재합의 당사자들의 행위능력 등 중재합의에 대한 세부적인 다툼이 있을 수 있다.
중재에 관련 절차법은 중재지법(법정지법주의)을 기준으로 하고 중재기관 규칙을 추가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꼭 변호사일 필요 없어
중재인의 숫자는 일반적으로 1인 또는 3인이며 경우에 따라 다수가 될 수 있다. 중재인의 자격과 선임기간 또한 정할 수 있는데 입법례상 형식적 자격에 관한 특별한 제한이 없고 변호사 등 전문가일 것 또한 요구되지 않는다. 당사자들 간 합의로 이를 제한할 수 있으나 자격요건을 너무 제한적으로 정할 경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예컨대 개인의 이름을 기재할 경우 지정된 개인이 이해상충 등의 이유로 수락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의장중재인 선정에 있어서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 의장중재인을 선정해줄 기관을 선정할 수 있는데 이때 해당 기관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반드시 확인하여야한다.
중재인의 수는 계약 규모 및 중요성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1인 중재가 합의에 다다르기 힘들기 때문에 3인 중재를 일반적으로 많이 선택한다. 3인 중재인 선택시 각 당사자들이 각각 한 명의 중재인을 선택한 후 의장중재인은 선정된 중재인들 혹은 기관에서 선정한다. 일반적으로 계약의 규모가 크고 회사에 있어서 중요한 중재는 3인의 중재인을 택한다.
기관중재로 합의한 경우에는 정확한 중재기관명을 명시해야 한다. 존재하지 않는 중재기관을 명시한 경우 불필요한 다툼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비기관중재란 중재기관의 관여 없이 이루어지는 중재이다. 이는 기관중재를 이용하는데 소요되는 행정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또는 중재기관의 통제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중재 진행을 위해 선택한다. 실무적으로는 비기관중재를 선택하면서도 중재규칙을 미리 정해두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가장 대표적인 비기관중재는 UNCITRAL 중재규칙(UNCITRAL Arbitration Rules)에 따른 중재인데 다만, UNCITRAL은 중재기관이 아니어서 중재절차에는 관여하지 아니한다.
임의중재보다 기관중재 추천
중재를 관리 및 조율하는 중재기관이 존재하는 것을 임의중재(ad hoc)보다 추천한다. 중재기관이 있는 것이 더 좋은 이유는 ad hoc 중재시 당사자들의 비용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의 합의, 당사자들이 직접 진행하는 절차 그리고 시간 지연 등으로 비용이 더 크다. 경험이 많고 양질의 규칙에 의해 돌아가는 선진적인 중재기구 선정을 추천한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중재기관을 선정한다면 영어 활용 인원의 부재, 절차에 대한 무지 등으로 인해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여 손해를 볼 수 있다.
당사자 간 합의로 중재절차에 사용될 언어를 지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준비서면, 구술심리, 중재판정 및 중재절차에서의 교신 내용 등이 합의된 언어로 진행된다. 당사자 간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중재판정부가 결정할 수 있다.
중재언어는 많은 상황에서 간과되는 경우가 많은데 번역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추가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잘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보통 영문계약서에 의거해 영문으로 진행되지만 중국 당사자와 계약시 중문 및 국문으로 된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재언어를 정함에 있어서 중문과 국문 두 가지 언어를 모두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모든 자료들을 중문과 국문으로 번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증거자료, 서류들의 주언어를 고려하여 중재언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고 일반적으로 계약 진행상의 언어가 합리적이다.
번역 비용 고려해야
대부분의 중재기관규칙이 중재판정의 구속력과 최종성에 관하여 명문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를 재확인하는 차원에서 중재조항에 이를 포함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부분이 바로 중재절차의 기밀이 언제나 전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각국의 중재법 및 중재기관별로 다른 입장을 보이므로 기밀유지를 원할 경우에는 중재조항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재에서는 분쟁 해결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위해 다수당사자를 허용하고 있다. 다수당사자 중재 허용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중재조항에 명시해야 한다. 최근 들어 여러 중재기관 규칙에서 이에 관한 규정 도입을 하고 있다.
집단중재란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들이 집단으로 중재를 제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물책임 같은 예시가 있고 미국 연방법원의 입장은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른다는 것이므로 집단중재를 원할 경우에는 이를 중재조항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집단중재에 대해 명시하지 않은 경우 중재조항의 허용 여부가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중재법 혹은 판례를 살펴보아야 한다.
중재조항은 상대적으로 협상하기에 용이한 부분이기 때문에 협상초기에 중재조항에 대한 협상을 하는 것이 좋다. 계약 협상 마지막 단계에서 하는 경우도 많지만 주계약 협상에서의 좋지 않았던 협상이 마지막에 중재조항에 대한 협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초반 협상을 추천한다. 추가적으로 중재인 국적에 대한 합의를 중재조항에 추가한다면 불편한 국적의 중재인들을 배제할 수 있어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리=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