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스노보더와 부딪혀 다친 스키어, '장비 대여' 스키장 상대 손배소 패소
[손배] 스노보더와 부딪혀 다친 스키어, '장비 대여' 스키장 상대 손배소 패소
  • 기사출고 2019.01.3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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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지원]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스노보더와 충돌해 무릎 십자인대 파열과 골절상 등을 입은 스키어가 스키 장비의 대여 과정에서 안전점검을 부실하게 한 책임을 물어 스키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신동헌 판사는 최근 경기 이천시 마장면에 있는 J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다가 다친 박 모(여 · 45)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스키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17가단108545)에서 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씨는 2017년 1월 21일경 낮 12시 12분쯤 J스키장을 찾아 스키장이 운영하는 장비대여점에서 스키 부츠, 플레이트, 바인딩, 폴 등 스키 장비 일체를 임차하여 같은날 오후 스키를 탔다. 박씨는 6년 정도 스키를 취미로 즐긴 아마추어로 중급 정도 슬로프를 타는 수준의 스키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박씨는 오후 4시 35분쯤 중급자 코스인 2번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스키를 타고 왼쪽으로 돌던 중, 스노보드를 구피 스탠스(오른발을 진행방향으로 두고 타는 방식)로 타고 내려오던 사람이 박씨를 뒤늦게 발견하여 멈추지 못하는 바람에 서로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왼쪽 슬(무릎)관절 십자인대 파열과 골절상 등의 부상을 입어 영구적으로 8.7%의 노동력을 상실했다는 진단을 받은 박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스키장을 상대로 치료비 등 1억 16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박씨는 "스키장이 스키 장비 등을 대여하면서 담당 직원으로 하여금 스키 부츠와 플레이트를 연결하는 바인딩을 대여하는 사람의 체격, 체중에 맞추어 조절하여 스키 부츠와 플레이트가 정상적으로 탈착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스키장의 담당 직원이 바인딩의 이탈 강도 수치 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장비를 대여하는 바람에 사고 당시 왼쪽 바인딩이 풀리지 않아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박씨는 오른쪽으로 몸이 기울어져 넘어지면서 머리와 상체가 슬로프 아래쪽으로 향하고 왼쪽 무릎이 꺾인 상태가 되었으며, 왼쪽 스키 부츠에서 플레이트가 빠지지 않은 채 결합되어 있었다.

바인딩은 스키 부츠에 플레이트를 결합하기 위한 부품으로 충격 때문에 뒤틀림이 생겼을 때 스키 부츠에서 플레이트가 빠지도록 하는 기능을 하고, 스키어에게 적합한 바인딩 이탈 강도 수치가 설정되었다면 스키어가 넘어질 때 바인딩이 풀려야 한다. 그러나 스키 장비 제조업체에서 스키어의 신장과 체중에 따른 바인딩 이탈 강도 표준 수치를 작성하고, 표준수치에 따라 이탈 강도를 설정하더라도 스키어 개인의 운동 스타일에 따라 적용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

신 판사는 "원고나 원고와 충돌한 사람 모두 사고 당시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여 사고 발생 시 충돌 여부와 위치, 원고가 넘어지는 방향과 모습, 원고의 무릎 등 하체의 구체적인 회전 방향과 모습, 그에 따른 스키 플레이트의 방향과 모습 등을 알 수 없는바, 충돌 사고가 원고의 상해에 영향을 주었는지 알기 어려운 점, 원고가 치료받은 병원 2곳의 전문의들도 사고 당시 바인딩이 풀렸다면 상해를 입지 않았을 수 있는지에 관하여 '판단할 수 없음', '확인할 수 없음'의 부정적인 취지로 회신한 점, 바인딩은 경골 나선상 골절을 보호할 수 있도록 경골에 대한 기전과 힘을 기준으로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바인딩이 적절하게 조절되어도 족관절과 경골에서 받은 회전 장력이 전이되어 발생하는 슬관절 인대의 부상을 방지하지는 못한다고 알려진 점 등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인정 사실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사고로 원고가 입은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