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 본안 판결때까지 정지하라"
[행정]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 본안 판결때까지 정지하라"
  • 기사출고 2019.01.2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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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회복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 회계 분식'을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 내린 제재처분의 효력이 당분간 정지된다. 법원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본안 행정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제재처분이 이루어진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1월 22일 삼성바이오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제재처분 집행정지 신청(2018아13670)을 받아들여, 감사인 지정 3년, 대표이사와 재무담당임원 해임 권고, 회계장부와 재무제표 수정 등 제재처분의 효력을 본안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했다. 김앤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증선위는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대리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기(2012. 1. 1∼2012. 12. 31)부터 4기(2014. 1. 1∼2014. 12. 31)까지 재무제표를 작성 · 공시함에 있어 삼성바이오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하여야 함에도 이를 종속기업으로 연결 회계처리하고, 5기(2015 1. 1∼2015. 12. 31)부터 8기 반기(2018. 1. 1.∼2018. 6. 30)까지 재무제표를 작성함에 있어 이 오류를 소급하여 수정했어야 함에도 이를 수정하지 않고 2015년에 지배력 변경이 있었던 것처럼 회계처리함으로써 2015년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공정가치로 부당평가하여 5기부터 8기 반기까지 관련 자산과 자기자본을 과대계상하였으며,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작성된 3기(2013. 1. 1.∼2013. 12. 31)부터 6기 반기(2016 1. 1.∼2016. 6. 30)까지 제무제표를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2018년 11월 2019회계연도부터 2021회계연도까지 3년 동안 감사인 지정, 대표이사와 재무담당임원 해임 권고, 회계장부와 재무제표 수정 등의 제재처분을 내렸다. 이에 삼성바이오가 제재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내고, 이 소송의 판결이 날 때까지 제재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먼저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조차 당초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과 관련하여 삼성바이오가 한 회계처리가 적법한지 여부를 질의하였을 때 '이 주식과 관련하여 신청인이 한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던 점, 금융감독원은 이후 참여연대 등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2017. 4.경 신청인의 2기부터 7기(2017. 1. 1.∼2017. 12. 31)까지 사업보고서와 연결감사보고서 등에 대한 회계감리에 착수하였고, 그 결과 2018. 5. 1. 신청인에게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에 관한 권리관계 등의 변동이 없음에도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의 회계처리방법을 종속기업 연결 회계처리에서 지분법 회계처리로 변경하여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공정가치로 계상한 것은 위법하다'는 통보를 하였는데, 금융감독원의 이 통보는 2기부터 4기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종속기업으로 연결 회계처리해야 함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이는 신청인이 이 기간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과 관련하여 한 회계처리에 부합하는 점, 서울대 회계학연구센터 소속 교수들과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등 다수의 회계전문가들은 신청인이 2기부터 4기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과 관련하여 한 회계처리가 회계처리기준인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신청인이 2기부터 4기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과 관련하여 한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재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신청인의 본안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은데도, 각 제재처분의 효력이 정지되지 않아 제재처분에 의해 피신청인(증권선물위원회)이 지정한 회계법인이 신청인의 감사인으로 선임되고, 신청인의 대표이사와 재무담당임원 해임안이 주주총회에 권고되며, 신청인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관련 분식회계를 하였다는 취지로 회계장부와 재무제표가 수정되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등을 통해 대외에 공시될 경우, 신청인은 본안 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특정 주주 내지 신청인의 이익을 위해 4조원이 넘는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신청인의 기업 이미지와 신용 및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금전 보상이 불가능한 손해 내지 금전보상으로는 사회관념상 참고 견딜 수 없거나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손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재무제표가 수정되고 그에 따라 신청인의 회계정보 역시 수정될 경우 기존의 회계정보를 신뢰하고 신청인과 이해관계를 맺은 신청인의 주주와 채권자 및 고객이 신청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대여한 금원을 회수하거나 신청인과의 거래관계를 단절할 우려가 있고, 그로 인해 신청인은 그 규모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의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을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고 지적하고, "만일 신청인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과 관련하여 분식회계를 하였다면 이는 신청인의 잘못으로 초래된 결과에 불과하므로 신청인이 마땅히 감수하여야 할 손해이지만, 신청인이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음에도 피신청인의 잘못된 회계처리기준 해석으로 이와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이라면 이는 신청인이 마땅히 감수하여야 할 손해도 아니며 뒤늦게 본안에서 승소판결이 이루어지더라도 손해를 회복하기가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재처분으로 인해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함을 인정할 수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각 제재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할 수 있다는 것.

재판부는 대표이사와 재무담당임원의 해임 권고에 대해서도, "이들에 대한 해임이 이루어질 경우 신청인에게는 심각한 경영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비록 권고적 효력을 갖는 처분이더라도 처분상대방에게 사실상 강제력을 가지는 바 신청인에게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제재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증선위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법원의 본안 판결이 있을 때까지는 잠정적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여 2017년 12월 31일 현재 80,175명에 이르는 소액 주주 등 기존의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다만 "효력정지는 본안 판결이 있을 때까지 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결정에 불과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과 관련하여 신청인이 한 회계처리가 적법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본안 판결에 의해 제재처분의 적법성이 판명된 이후에 그 집행이 이루어지더라도 처분이 의도한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